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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와일리가 바라보는 ‘진정한 파트너사’의 의미

2026.05.18

"고객 매출 기여해야 진정한 파트너"
  • 이재욱 사장님 인터뷰
“단순 대행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디지털 에이전시 와일리가 지난해 두 달에 걸친 전사 워크숍을 통해 내린 결론입니다.

최근 몇 년 새 디지털 에이전시 업계에 위기감이 감돕니다. 여러 이유가 꼽힙니다. 기업들이 웬만한 프로젝트는 내부에서 소화하니 에이전시를 찾지 않게 됐고요. 경기 침체로 물량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있습니다.

업계가 30년 정도 됐다 보니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악재’를 생성형 AI가 더욱 가속하는 상황입니다.

와일리가 새 슬로건으로 ‘Your Business Growth Partner(당신의 비즈니스 성장 파트너)’를 내세운 배경이기도 합니다. 슬로건에서 드러나듯, 와일리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비즈니스 파트너’입니다.

기존에는 주어진 단일 프로젝트를 잘 완성하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그 이후 즉, 고객사 매출 향상에 기여하는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와일리는 국내 디지털 에이전시 중에서도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기로 유명합니다. UI·UX, 브랜딩, 퍼포먼스 마케팅, 앱·웹 개발 같은 기본적인 영역 외에도, AI 광고 및 멤버십 플랫폼을 출시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브랜드 빌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간 ‘진정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선언한 에이전시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조직 구조부터 비즈니스 모델까지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탓에 성공 사례는 드문데요.

지난달 강남 사옥에서 이재욱 와일리 사장을 만나 “고객사를 성장시키겠다”는 그들의 비전을 자세히 들었습니다.
변화 1. 일하는 방식
「창립 20주년 슬로건으로 ‘Your Business Growth Partner’를 내세웠습니다. 배경이 궁금합니다.」

지난해 말 워크숍 자리에서 박수인 대표님이 처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에이전시 역할에 대한 고민을 오랜 시간 해왔고, 앞으로 대행 업무만 하는 에이전시는 생존할 수 없다는 문제 의식에서 이번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그로스 파트너’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가요?」

기존에는 주어진 프로젝트만 잘하면 됐습니다. 웹사이트 재구축하고 캠페인 잘 마무리하면 끝이었죠.
그런데 고객사 입장에선 프로젝트 이후가 진짜 시작입니다.
개편된 웹사이트로 유저를 늘리고 캠페인 통해 브랜드 인지도 높여 궁극적으로 매출 향상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잖아요. 이제 에이전시도 이 과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고객사의 비즈니스 성장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많은 에이전시가 스스로를 파트너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파트너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슬로건이 선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행동 강령이 필요합니다. 저희도 다양한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인데요.
우선 직급 체계를 바꿨습니다.
연차에 따라 자동으로 올라가던 직급 구조를 허물고 다섯 단계의 레이블(Label)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순서대로 그로스 어소시에이트(Growth Associate), 그로스 매니저(Growth Manager), 그로스 리더(Growth Leader), 그로스 파트너(Growth Partner), 그로스 헤드(Growth Head)입니다.
「레이블 체계는 기존 직급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레이블 별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의한 뒤 매년 평가를 거쳐 레이블이 결정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예컨대 그로스 리더는 프로젝트 전반을 지휘하며 고객과 내부 조직의 간극을 조율하는 사람, 그로스 파트너는 고객과 직접 마주하며 선제 제안을 이끄는 사람으로 구분했습니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레이블이 결정됩니다.


「슬로건 공개와 함께 AX 혁신센터를 출범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직인가요?」

와일리 구성원 전반의 AI 활용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직입니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페인 포인트를 도출해 2~4주 단위로 파일럿을 테스트한 뒤 성공 사례를 전사로 공유합니다.
AX 혁신센터의 업무는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됩니다.
하나는 수행 중심 표준화입니다. 영업, 제안, 기획, 디자인, 퍼블리싱, 개발까지 업무 단계별로 AI 활용 표준 절차(SOP)를 만드는 작업이에요. 클로드, 구글 AI 스튜디오, 커서 등 다양한 AI 툴을 각 태스크에 맞게 배치하고 있죠.
다른 하나는 전사 공통 표준화입니다.
사내 검색증강생성(RAG) 시스템을 구축하고, 조직문화와 HR 업무에도 AI를 접목하고 있습니다.


「와일리는 지난해부터 AI를 적극 도입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매주 과제를 내고 공부하며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AI TF를 지난해 초 꾸렸습니다. 그리고 불과 3개월 만에 생산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왔죠.
당시 에이전시 업계에서 조직적으로 AI를 도입한 곳이 많지 않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하반기쯤 되자 격차가 금세 좁혀지더군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AI 도입’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AI로 어떤 경험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TF를 센터로 승격했습니다.


「AI 도입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깨달음은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기존 프로세스에 AI를 끼워 넣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AI는 과업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 한 번에 정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특성에 맞춰 일의 구조를 다시 짜야 했고, 그런 노하우를 지난 한 해 동안 쌓을 수 있었습니다.
변화 2. 비즈니스 모델
「그로스 파트너를 실현하기 위해선 와일리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도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요.」

사실 2년 전부터 신성장 사업본부를 만들어 다양한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성공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를 발굴해 마케팅부터 유통, 판매까지 직접 진행하는 브랜드펄스입니다. 그간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축적한 디지털 마케팅, 브랜딩, 웹 개발, UI·UX 역량을 모두 아우르는 신규 비즈니스죠.


「브랜드 빌더가 되는 거군요. 소개해줄 만한 사례가 있나요?」

저희가 참여한 두 번째 브랜드가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바이오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인데요. 제품 개발 단계부터 시장 포지셔닝을 고려해 브랜드 네이밍, 패키지 디자인, 스토리텔링까지 전 과정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4년에는 오더·멤버십 플랫폼 ‘우리가잇다’를, 지난해에는 AI 광고 플랫폼 ‘넵(NEP)’을 출시하는 등 자체 플랫폼 비즈니스도 하고 있습니다.」

둘 다 고객사의 매출 성장을 돕는 플랫폼입니다.
우리가잇다는 별도 앱 구축이 어려운 브랜드를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로, 와일리의 20년 플랫폼 구축, 광고 마케팅 경험이 모두 녹아 든 서비스입니다.
넵은 디지털 광고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광고 설정부터 콘텐츠 제작, 예산 운영까지 지원합니다.
특히 넵은 도입 후 광고 효율이 3.4배 개선되는 등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디지털 에이전시로서는 보기 드문 비즈니스인데요. 어려운 점은 없나요?」

막상 해보니까 대행 업무와는 많은 부분에서 달랐습니다.
마케팅 비용을 쓰고 그만큼 수익이 나는지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마음을 졸이곤 합니다.
될까, 안 될까. 그 감각은 대행 업무만 해선 절대 알 수 없죠. 직접 팔아봐야 압니다.
결국 이런 경험이 쌓여 그로스 파트너로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조직 차원에서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5년 뒤, 브랜드 성장 프로토콜 만들 것
「에이전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합니다. 에이전시 산업 자체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요. 지금 시장을 어떻게 보시나요?」

무서운 이야기죠. 하지만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단순 대행만 하는 회사라면 더더욱요.
지금 에이전시 업계의 화두는 생존입니다.
시장이 좋을 때는 그냥 일만 하면 됐어요. 지금은 어떤 고민을 하는가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된 시대입니다.


「AI의 발전이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AI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봅니다.
UI·UX처럼 AI로 인해 대형 프로젝트가 감소하는 등 직격타를 맞은 분야가 있는가 하면, 광고나 AI 에이전트처럼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분야도 있으니까요.
앞으로 AI가 더 보편화되면 소비자의 행동 패턴도 바뀔 텐데요.
그러면서 생겨나는 기회를 먼저 발굴하는 것이 저희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23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돈이 될까보다 경쟁력이 있는가, 고객사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먼저 생각했다”고요. 그로부터 3년, 이런 철학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물론이죠.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해졌습니다.
당장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면 지금처럼 어려운 시대에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해지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저희가 내린 대답이 바로 고객사 브랜드의 성장을 돕는 것입니다. 이게 현재 모든 비즈니스 분야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번 6월호 <디지털 인사이트> 매거진의 표제는 ‘점검(Inspection)’입니다. 사장님에게 점검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점검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기 객관화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점검 과정에서 주관을 최대한 걷어내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안 되면 어느 순간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도 항상 자기 객관화가 된 사람만이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해요.


「올해로 합류 16년 째, 뼛속까지 ‘와일리맨’입니다. 와일리의 지난 20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착실한 모범생.
‘굳이 이것까지 해야 해?’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늘 도전했습니다.
질풍노도와 같은 느낌은 아니었고, 진취적인 기상을 잃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게 어울리겠네요.
저희 철학이 챌린지, 크리에이티브, 리스펙트 3가지인데요. 앞으로는 더욱 스타트업처럼 유연하고 빠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5년 뒤 와일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5년 뒤의 와일리라… 저도 기대되네요.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어떤 고객을 만나도 “와일리랑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 하는 확신을 주고 싶어요.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신성장 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제품 기획, 브랜딩, 마케팅, 판매, 수익 쉐어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하나의 검증된 모델로 만들어가는 걸 출발점으로 삼고 있습니다.